축구

2010. 3. 4. 23:52인생 관찰 예능 | The Truman Show


혼자서 축구하던 나, Turkey 2007


나는 축구를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축구라는 종목의 특성상 정식 경기를 위해서는 최소 22명, 작은 경기를 위해서도 최소 10명의 인원을 필요로하기에 혼자서는 축구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없다고 항상 생각했었다. 나의 이러한 생각을 바꾸게해 준 친구가 바로 터키에서 만났던 프랑스 친구 토마스다. 그는 나에게 혼자서도 축구를 즐길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 방법은 바로 '볼 리프팅' 이다. 최근에는 프리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많은 동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물론 내가 그정도 까지 되기에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이것에 눈을 떴다는 사실에 나는 만족한다. 축구는 기본기가 무척이나 중요한데도 당장부터 호날두와 같은 현란한 드리블과 무회전킥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물론 나도 그랬다. 

터키에 도착하고나서 얼마 되지않아 기숙사 뒤 농구코트에서 토마스를 만났다. 축구공을 갖고 있길래 나도 축구 좀 한다는 표시와 기선 제압의 의미로 무회전킥을 시도했고 결과는 무능력킥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혼자서 공을 갖고 노는 것이었다. 따라하려 했지만 도저히 공이 내 마음데로 가질 않았다. 축구를 처음 시작했던 고1 시절로 돌아간 듯 했다. 계속해서 시도하는 나에게 토마스는 계속해서 외쳤다. 

"muk!! easy~ easy~ easy~ relax!" 

터키에서 생활했던 10개월 동안 거의 매일같이 이 기술을 익히려고 축구를 했고, 내가 축구유학을 온건지 착각이 들기도 하였다. 혼자 축구하기의 기본기를 어느정도 익히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이곳에서는 더이상 터키에서 누렸던 환경과 여유를  제공받을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고시원이 답답해서 옥상에 올라가면, 끝없이 펼쳐진 성냥갑같은 집들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에 더욱 숨이 막혀오는 듯 했다. 고향에 내려온 지금, 나는 다시 터키에서의 혼자 축구하기를 시작했다. 나는 남자라서 임신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다르게 불러오는 배를 보면서 눈더미 속에 뭍혀 있던 축구공을 발굴해내야 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3년 이라는 시간이 나의 감각을 무디게 만들었는지, 온 몸에 힘이 들어가고 볼을 터치하는 감각이 잘 살지 않는다. 축구 선수들의 발톱도 따라가지 못하는 실력이지만 그들이 왜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오늘 신문에 니트(NEET)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NEET라 함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Training 의 이니셜 약자로써 교육, 노동, 직업훈련등의 경제활동을 하지않고 있는 젊은층 인구를 일컽는 말이다.

I'm in Training

직업훈련은 아니지만 축구도 일종의 Training이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써본다.


축구하며 즐겨 듣던 터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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