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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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지금은 학교 바로 옆에 살면서 누구보다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만, 두 달 전에는 유학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을 정도로 먼 곳에서 통학을 했던 소중한(?) 추억이 있다. 며칠 전에 오랜만에 많은 눈이 오고나니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 다소 불편함을 느꼈다. 어느세 지금의 편한 환경에 적응하여 감사할 줄 모르고 살고 있는것 같다. 이럴때를 대비해서 찍어 둔 영상이 있다. 분명 언젠가 나의 생활 환경을 불평하거나 감사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나 스스로에게 다시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촬영에 성공한 영상이다. 늦 가을, 낙옆이 깔리고 서리가 살짝 내렸지만 숲을 가로지르면 학교가는 길이 조금은 단축된다. 클래식 자전거로산악 지형을 다니다가 결국에는 자전거 베어링이 나갔다. 장하다 내 자전거. 드디어..
2011.02.13 -
귀향 歸鄕
고향에 내려왔다. 온통 눈으로 덮인 조용한 고향 집에서의 생활이 정말 좋다. 수정같이 맑은 고드름은 초등학교 시절 이후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보는 것 같다. 연탄광에는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검은 연탄들과 열정적으로 스스로를 태우고 누렇게 변해버린 연탄재들이 가득 차 있었다. 또 다시 눈이 펑펑 쏟아지는 가운데 연탄재을 부셔서 미끄러운 길 위에 뿌려본다. 어린 시절에는 미끄럽고 재미있는 길 위에 연탄재를 뿌리는 것을 이해 못했지만 이제는 내가 그러고 있다. 순간순간의 장면들이 정겹기만 하다. 예전에 비해 변한것이라면 어느세 서른을 넘긴 나의 모습, 그리고 인터넷과 위성TV와 같은 편리한 문명들이 우리집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놀꺼리가 없어서 마당의 눈을 모두 모아서 눈 집을 만들곤 했지만 지금은..
2010.02.18 -
눈 오는 날 雪來日
아침부터 뾰롱~하고 문자가 왔다. 군대 후임이자 친구인 희철이였다. 작년에 성수역에서 우연히 만난 적이 있는데 얼렁 만나자고 갑자기 연락이었다. 잠시 후에 그에게서 연락이 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창 밖을 보니 엄청난 눈이 와 있었다. 새벽까지 대학원 원서를 쓰면서도 눈이 오는지 몰랐고 아침에 일어나서야 온 세상이 눈으로 덮인 줄을 알았다. 나의 소중한 자전거 좁은 안장에 탑모양으로 10Cm 가량의 눈이 쌓인걸로 보아 밤새 내린 눈의 양을 가늠할 수 있었다. 특별히 나갈 일이 없는 오늘... 난 열심히 원서만 쓰면 되는데 갑자기 눈을 치울 군인들이 생각났다. 군인들이 생각난 김에 나의 군생활도 잠시 상기시켜 본다. 함께 군생활 했던 많은 사람들이 생각이 난다. 그렇다. 남자들은 눈만 오면 군대 생각을 ..
2010.01.04 -
심장떨림증후근
눈으로 덮인 흑백의 세상을 바라본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눈, 서울의 눈은 거무튀튀하지만 고향의 눈은 새하얗다. 온 세상은 하얗게 뒤덮인 반면, 나의 마음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가리워진다. 나의 망할놈에 심장은 중요한 순간이면 미친듯이 펌프질을 하여 정확한 의사전달을 방해한다. 치명적인 장애다. 흥분하면 가슴이 뛰어서 눈물이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입에서는 우는 소리가 나온다. 같은 증상의 엄마나 이해할까... 아무도 이해 못할 듯.... 30살을 며칠 앞 둔 날 나는 울지 않는데 입에서는 우는 소리가 줄줄줄... 어찌 부끄럽지 않으리오. 부끄러움 보다는 나의 정확한 의사전달이 잘 되지 않는다. 항상 진정을 하고나서 말을 해야하는데... 진정을 한 후에는 이미 말 할 기회도, 대상도, 이유도 없어진 후이다..
2009.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