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없는 삶(3)
-
술없삶 ep. 2 - [Day 1] 그래도 우리, 정말 좋았잖아...
새벽 3시 즈음 스르르 눈이 떠졌다. 육체는 아직 술이 덜 깬 상태였으나, 나의 의식은 나름 또렷하게 깨어나는 것 같았다. 입은 여전히 텁텁하고 온몸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알코올의 몽롱함이 피부로 느껴지는 가운데, 지난 밤 아내와의 대화와 아이의 표정이 떠올랐다. 나는 지금 우리 가족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갑자기 술과 함께 울고 웃었던 지난 20 여 년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흡사,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이 증언하는 생과의 이별의 순간에 마주한다는 순간적 회상처럼 느껴졌다. 담배를 끊었던 2015년 11월 1일이 생각났다. 당시에는 존경하는 작가 Allen Carr의 Easy Way to Stop Smoking 이라는 책을 통해 금연에 대한 많은 준비와 훈련을 했던 상황이었기에, 헤어..
2023.11.21 -
술없삶 ep. 1 - [Day 0] 주도권을 잃은 저녁 식사
술을 잘 마시는 주당도 아니고 시끌벅적한 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혈기 왕성했던 20대를 지나 혼자만의 삶을 즐기던 30대 기간에는 퇴근 후 맥주를 곁들인 영화 한 편이 나의 내향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던 유일한 취미였던 것 같다. 그렇게 소소하게 시작된 술과의 인연은 8년 전 '담배로부터의 독립'을 계기로 더욱 끈끈한 관계가 되었고, 이후 결혼, 그리고 아이를 양육하는 와중에도 간헐적 잡음은 있었으나 큰 무리 없이 관계를 이어 왔다. 무언가 이상한 기후를 느낀 건 아주 최근이었다. 마냥 즐거웠던 나 자신과의 술자리가 예전처럼 즐겁지가 않았다. 살짝 무뎌지는 감각과 함께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이완되었던 지난날과 달리, 사소하고 작은 외부의 자극이 이상하리만큼 커다란 감정의 변화로 이어졌다. ..
2023.11.20 -
술이 없다가(23.11.13) 다시 있는 삶(24.02.24)
방치된 블로그를 보니, 나의 삶을 잠시라도 돌아볼 여유 없이 뭐가 그리 바쁘게 살았느냐고 자문하게 된다. 핑계는 많다. 먹고 사느라 일하느라 바빴고, 가족을 챙기고 아이 보느라 바빴고, 음... 그리고 저녁에는 '술' 먹느라 바빴던가 보다. 술을 잘 마시는 주당도 아니고 시끌벅적한 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혈기 왕성했던 20대를 지나 혼자만의 삶을 즐기던 30대 기간에는 퇴근 후 맥주를 곁들인 영화 한 편이 나의 내향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던 유일한 취미였던 것 같다. 그렇게 소소하게 시작된 술과의 인연은 8년 전 '담배로부터의 독립'을 계기로 더욱 끈끈한 관계가 되었고, 이후 결혼, 그리고 아이를 양육하는 와중에도 간헐적 잡음은 있었으나 큰 무리 없이 관계를 이어 왔다. 무언가 이상한 기..
2023.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