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서신 | 2013 | 올해의 사진

2013. 12. 31. 12:37인생 관찰 예능 | The Truman Show


2013년을 마무리 하며, 올 한해를 대표하는 사진을 선정하는 지상 최고의 어워드!

두두두둥...


올해의 사진은!!!


바로...



내 생에 첫 전세방이다.


2000년에 고향을 떠나 만 13년을 넘게 기숙사와 고시원을 전전하고 가끔은 친구들에게 민폐를 끼치면 빈대를 붙으며 살다가 처음으로 2년 계약의 반지하 전세방을 마련했다. 나에게는 매우 감격스러운 사진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무한도전에서 장미여관 밴드의 육중완이 옥탑방 집을 공개했다. 침으로 얼룩진 그의 누런 베개를 보면서, 오늘을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꿈을 꾸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그의 표정은 그리도 행복해 보일 수 없었다. 그 표정의 의미를 나는 알고 있기에... 이곳 반지하 전세방이 나를 하염없이 미소짖게 한다. 하지만 나의 베개는 결코 누렇지 않다.


침대위에 구겨져있는 저 침낭. 계속해서 돌아다녀야 했기에 크고 무거운 이불을 살 수가 없었다. 어디에서건 다리를 뻗고 누울 수 있는 곳이라면 저 침낭과 함께했다(저건 좀 누렇다고 인정). 아부지에게 물려받은 저 오리털 침낭은 20여 년 동안 지구촌 이곳 저곳에 자신의 오리털을 떨구고 이제는 얇디얇은 담요처럼 초라해져 버렸다. 저 녀석도 한때는 빵빵한 신형 오리털 침낭이었는데... 


2013년에는

인턴이나 알바가 아닌, 제대로된 '나의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이 생겼다.

집이 생겼다.


2014년에는...

 

또 뭐가 생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