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첫 송고

2011. 5. 4. 06:32인생 관찰 예능 | The Truman Show


웨덴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였던것 같다. 터지지 않는 말문에 벙어리 삼룡이가 된 듯한 먹먹한 기분으로 그룹 프로젝트를 간신히 따라가고 있던 어느날,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금발의 소녀가 눈부신 후광과 함께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자면 오디오는 사라지고 느린 화면의 비디오만 인식이 되는 상황이었다. 애써 정신을 차리고 리스닝 모드로 자세히 들어보니 본인의 친구가 웁살라 지역 매거진을 편집하는데 아시아 국가에서 온 유학생의 글을 싣고 싶다고 한다. 스웨덴에 어떻게해서 오게 되었는지, 스웨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짧은 에세이를 써줄 수 있겠냐는 부탁이었다. 대한민국 남자 중 그 누가 그러한 상황에서 거절을 할 수 있을까. 과도한 액션에 이은 호탕한 웃음과 함께 흔쾌히 승락을 했다. 그리고는 후회와 스트레스로 2 주일을 보내야만 했다. 숙제고 뭐고 이게 가장 우선이었다. 결국에는 어쭙잖은 작문 실력으로 간신히 글을 쓰서 약속한 날짜에 보내줬다. 그리고는 글을 보냈던 사실을 잊을만 했던 어느날, 금발의 소녀가 나의 글이 실린 메거진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잡지를 받자마자 나의 글을 찾기 시작했고 International post 란에서 동양틱한 사진과 간단한 설명과 함께 나의 글을 찾을 수 있었다. 15만 인구의 작은 도시 웁살라, 그 지역 잡지에 실린 보잘것 없는 에세이지만 내 인생에 첫 송고가 북유럽의 작은 도시에서 이렇게 시작을 했다. 이것이 마지막일지, 시작일지 누가 알겠는가. 혹여나 마지막이 되더라도 나에게 매우 소중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늦게나마 기록으로 남겨본다.

웁살라 지역 잡지에 실린 나의 에세이 "Why Swe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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