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게임 공화국

2011. 6. 2. 07:00지속 가능한 발전 | Sustainable Development/포용성 (Inclusiveness)


Economist 인터넷판 데일리 차트에는 매일마다 전세계의 흥미로운 통계 자료들이 이해하기 쉽고 간단 명료한 차트로 제작되어 올라온다. 이 차트에서 한국을 찾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최근 거의 대부분의 통계자료에는 중국이 자주 등장한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제, 사회관련 차트에서 일본은 빠지는 법이 없다. 해외에서 한중일 동아시아 삼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이미지는 극명하게 갈린다. 외국인들이 일본인을 만나면 경제대국, 초밥(Sushi)을 거론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린다. 중국인들에 대해서는 경제성장과 세계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그들의 존재감을 높이 산다. 하지만 자국인들끼리 과도하게 연합하는 행동들은 약간의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한국인들은 어떤 이미지일까? 우선 평균적으로 삼성, LG, 현대와 같은 대기업 얘기를 가장 먼저 한다. 그리고는 게임 얘기를 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딱히 반갑지 않은 반응이고 그들도 그것을 안다. 국민들이 게임에 열중한다는 사실은 그리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오늘자 데일리 차트에는 반갑게도 대한민국이 등장했다. 그것도 당당하게 차트의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1인당 인터넷 사용량이다. 2010년 현재 우리나라는 2위인 프랑스의 3배가 넘는 양의 인터넷 사용량을 기록하고 있다. 2015년 예상치는 차트의 범위를 벗어나는 양이 되고 여전히 2위인 프랑스와는 3배가 되는 양을 유지한다. 처음에 차트를 접하고는 IT 강국의 위상을 여기에서 보여주는 것인가? 라고 생각하며 약간 흐믓한 미소를 짓기도 잠시, 차트에 달린 댓글을 보면서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한국 사람들은 도대체 인터넷으로 뭘 하길래 저렇게 많은 양을 사용하느냐, 한국 사람들은 인터넷만 하며 사느냐는 등의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에 대한 답변들도 달려 있었다. 가장 명료한 답은 '스타크레프트는 한국의 국민 스포츠다.' 라는 누군가의 대답과 그를 증명하는 링크였다. 실제로 차트에 나타난 한국인의 인터넷 사용량은 비정상적으로 많다. 북한 사람들이 인터넷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남북한을 합친 통계를 만든다고 해도 1위의 자리는 변화가 없다. 한국 사람들이 유난히 영화를 많이 다운받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외국인들이 토렌트나 불법 웹사이트를 통한 다운받는 영상물의 양은 결코 한국사람들에 비해 적지 않다. 오히려 많으면 많았지 결코 적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온라인 게임을 거론하지 않고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자료: The Economist <http://www.economist.com/blogs/dailychart/2011/06/conusmer_internet_traffic>


얼마전 한국에서는 신데렐라 법이라 불리는 셧다운제가 도입되면서 16세 이하 청소년들은 12시 부터 아침 6시 까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되었다. 세계에서 최초로 시행된 이 법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청소년들의 자유를 침해하고 성장하고 있는 게임 산업에 찬물을 끼엊는 제도라는 주장이 반대편의 입장이었다. 이 밖에도 TV 토론에서 게임 회사들에게 분담금을 요구하는 제도와 관련해서 정부의 의도에 대한 의혹을 주장하는 모 대학 교수도 이었었다. 게임회사가 분담금을 내는것이 과연 부당한 것일까? 예를 들어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서 오염 물질을 방출하여 자연과 인간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생각해 보자. 회사는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편리함과 즐거움을 주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있다. 오염 물질의 양을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과 정화시설을 위한 전체 혹은 일정 비용은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것이 당연하다. 게임회사는 유형의 재화를 생산하는것이 아닌 무형의 컨텐츠를 생산하는 회사다. 그렇기때문에 그에따른 부작용 또한 실재로 눈에 확연하게 들어나는 것이 아니다. 게임 중독에 의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증명하여 회사를 상대로 책임을 묻기란 쉽지가 않다. 그렇기에 분담금은 게임 중독에 대해 게임회사가 어느정도의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결코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흔히 새로운 법과 제도를 확립함에 있어서 선진국의 예는 매우 좋은 참고가 된다. 하지만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가장 먼저 경험하고 있다. 위의 차트에서 보여주듯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터넷 사용량은 비정상적으로 많다. 영국의 인터넷 사용자 비율은 82.5%로 우리나라(81.1%)에 비해 높지만 1인당 사용량은 우리나라의 1/3이 채 되지 않는다. 무엇이 이토록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이며 이 차이가 앞으로 어떠한 결과를 낳는지에 대한 판단은 우리의 후손들에 맡겨야 하는 것일까? '자유'라는 명목하에 좌시하고 있기에는 게임 중독이 몰고 올 미래의 결과가 너무나도 불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