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30. 16:47ㆍ지속 가능한 발전 | Sustainable Development/도시 (Urban)
제천시 자전거 인프라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대부분의 도시들이 그렇듯 실적 쌓기에 바빴던 듯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설치되었고 사후관리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제천시가 지난 10여 년간 자전거 활성화를 위해 50여 km의 자전거 도로를 설치했다고는 하지만 몇몇 구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전거 도로는 기존 인도를 적색 고무재질(우레탄)로 포장하고 자전거 그림만 그려놓은 것이 전부이기에 애초부터 실제 자전거 활성화를 기대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도로의 형식과 규격도 구간에 따라 가지각색이다. 이하에서는 제천시에서 실제로 자전거로 생활하면서 발견한 문제점들을 진단해 보도록 하겠다.
2.1. 자전거 도로
도로 가변에 있어야 할 가로수의 행렬이 자전거 도로를 관통하는가 하면 자전거와 사람이 함께 통행하기에는 비좁아 보이는 곳에 보행자∙자전거 겸용 도로가 설치되어 있다. 시범적으로 설치된 용두동 구간에서 실제 자전거 이용자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웠을 뿐 아니라 가끔 보이는 이용자들도 자전거 도로를 외면한 체 자동차 도로를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행자의 통행이 거의 없는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겸용도로는 자전거 이용자들의 시선을 끌만큼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전거가 통행하기에 좁은 길까지 포함하여 억지로 길 양 쪽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기 보다는 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쪽(용두길 구간에서는 용두천 방향)에 왕복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고 왕복통행 표시를 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시청에서 외곽으로 나가는 신동교차로를 잇는 자전거 도로는 포장상태가 불량할 뿐 아니라 폭이 지나치게 좁아 자전거 한 대가 다니기에도 넉넉하지 않다. 일부 구간에서는 자전거 도로가 갑자기 나타나는가 하면 시내 방향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그나마 있던 자전거 도로가 갑자기 사라지고 급기야는 인도마저 사라진다. 결국은 자전거 이용자들은 위험한 자동차들이 고속으로 운행하는 왕복 4차선 도로로 내몰리고 만다. 한편, 2009년에 국토해양부에서 배포한 ‘자전거도로 시설기준 및 관리지침’에 의하면 자전거 도로를 유효 폭 1.1m 이상의 도로로서 자전거의 통행을 위하여 설치하는 도로로 규정하고 있다. 즉, 제천시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의 대부분의 구간은 그 규격만 놓고 보더라도 자전거 도로로 인정 받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설계 단계부터 자전거 도로가 적용되고 있는 구간이라고 해서 크게 다른 것은 없어 보인다. 좁은 도로 폭도 문제지만 보란 듯이 자전거도로 위에 자리잡고 있는 교통 신호등 기둥은 도로를 설계한 설계자의 의도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자전거와 보행자를 자동차로부터 보호하려고 설치한 가드레일은 자전거와 보행자의 진입마저도 방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자전거와 교통 약자들을 위한 경사 진입로가 없어 결국은 자동차 도로를 이용하게 된다. 공기업인 LH공사에 의해 새롭게 조성 중에 있는 강저동 주거단지 현장에서 이런 식의 형식적인 자전거도로를 만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2. 안전성
최근에는 건강과 여가 활동을 위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자전거를 타는 것 자체를 즐기는 이러한 사람들은 운동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다소의 불편함과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기꺼이 자전거를 끌고 외곽에 있는 자전거 도로나 안전한 곳을 찾아서 자전거를 타려고 한다. 반면에 일상 생활에서의 자전거 이용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전거타기 자체가 아닌 목적지까지의 이동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편리함과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선택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가정이 자가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렴한 공공 주차장이 시내 중심부까지 빼곡하게 설치되어 있고 눈치껏 인도에 주차를 해도 아무런 제제를 받지 않는 현실에서는 굳이 자전거를 타고 위험천만한 모험을 하려는 보통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안전성의 측면에서 봤을 때 아직까지는 제천시에서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선택하기란 보통의 용기와 다짐이 있지 않고서는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자동차 운전자의 입장에서 도로변 불법 주차는 차량 통행의 흐름을 방해하고 스트레스를 유발시키는 정도의 일이지만 이러한 차량들이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를 가로막을 경우에는 보행자와 자전거 사용자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위험 요소가되며 한 두 차량의 불법 주차로 인해 자전거 도로의 기능 자체가 상실되는 경우가 많다.
2.3. 시민 의식
자전거는 법적으로 자동차로 분류되어 자전거 도로가 따로 구분되지 않은 구간에서는 인도가 아닌 일반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한편, 대부분의 시민들의 의식 속에는 항상 자동차가 우선이다. 차가 오면 사람이 피해줘야 하고, 보행자가 우선인 횡단보도에서 조차도 자동차가 먼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조심이 건너야 한다. 운전자 입장에서도 자전거가 도로를 달리고 있으면 경적을 울려 갓길로 몰아 내거나 자동차의 흐름을 방해하는 자전거나 전동차, 심지어는 보행자들에게 화를 내고 손가락질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자동차가 도시의 주인 노릇을 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운전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교통 법규로부터 열외가 된다고 생각을 한다. 신호 위반은 다반사이고 심지어는 자동차 도로에서 역 주행도 서슴지 않는 자전거 운전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자전거 이용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자전거와 관련된 교통 법규에 대한 교육과 법규 준수 운동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관광을 와서 가장 의아해 하는 것 중 하나가 보행로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이라고 한다. 이러한 불법 주차를 막기 위해 볼라드가 설치되는 구간이 있지만 이는 차량의 진입뿐 아니라 장애인들과 자전거의 통행에도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지양해야 할 구조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아무리 엄격하게 법으로 다스린다고 해도 항상 법의 사각지대는 있기 마련이다. 이것은 시민 공감대 형성의 문제다. 지하철에서 젊은 사람이 노약자석을 차지하는 것이 범법행위는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권고사항이기에 노약자 보호석은 대체적으로 잘 지켜지고 있다. 보행로는 보행자 보호구역이다. 벌금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저해하는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경찰이 아니라 보행자들의 따가운 시선이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보고서 전문 바로가기 <슬라이드쉐어>
'지속 가능한 발전 | Sustainable Development > 도시 (Urb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전거 활성화 도시 사례 분석_경북 상주시 (0) | 2014.05.20 |
---|---|
자전거 활성화 도시 사례 분석_스웨덴 웁살라(Uppsala) (0) | 2014.05.18 |
제천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자전거 활성화 방안 (0) | 2014.03.28 |
대중교통전용지구(Transit mall) 도입과 운영, 전략적 접근이 필요 (0) | 2013.06.28 |
생태교통에서 도시의 길을 찾다 (0) | 2013.06.12 |
잘 정돈된 복잡한 도시, 도쿄 (4) | 2011.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