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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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일기
고향에 내려온지 어느덧 만으로 3개월이 훌쩍 지나버렸다. 서울 생활에 염증을 느껴 다소 이른 나이(?)에 귀향으로 가장한 낙향을 했다. 고향에 처음 왔을때는 까치까치 설날이었다. 유난히도 눈이 많고 추웠던 겨울을 연탄과 함께 보내며, 편리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그 어느 해보다 따뜻하고 포근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 연탄을 가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버튼 하나면 더운물이 펑펑 나오고 적정 온도를 설정하면 알아서 보일러가 돌아가는 현대의 문명을 이곳에서는 잠시 잊게되었다. 어찌보면 나의 일상이 연탄의 교체 주기를 따라야 했던 것 같다. 외출을 했다가도 연탄불 생각에 집에 오는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하고, 연탄 두 장을 모두 갈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하지만 연탄을 갈면서 들여마신 일산..
2010.05.23 -
귀향 歸鄕
고향에 내려왔다. 온통 눈으로 덮인 조용한 고향 집에서의 생활이 정말 좋다. 수정같이 맑은 고드름은 초등학교 시절 이후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보는 것 같다. 연탄광에는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검은 연탄들과 열정적으로 스스로를 태우고 누렇게 변해버린 연탄재들이 가득 차 있었다. 또 다시 눈이 펑펑 쏟아지는 가운데 연탄재을 부셔서 미끄러운 길 위에 뿌려본다. 어린 시절에는 미끄럽고 재미있는 길 위에 연탄재를 뿌리는 것을 이해 못했지만 이제는 내가 그러고 있다. 순간순간의 장면들이 정겹기만 하다. 예전에 비해 변한것이라면 어느세 서른을 넘긴 나의 모습, 그리고 인터넷과 위성TV와 같은 편리한 문명들이 우리집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놀꺼리가 없어서 마당의 눈을 모두 모아서 눈 집을 만들곤 했지만 지금은..
2010.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