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2 | 프롤로그(Prologue)

2018. 3. 24. 09:54인생 관찰 예능 | The Truman Show


Alex Perez


티스토리의 글쓰기 에디터가 너무 구리고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글 쓰고 올리기가 너무 번거로웠다. 불편함을 무릎쓰고 꾸준히 기록은 이어갔지만, 이들을 보기 좋게 편집하기에는 에디터가 너무 구시대의 것이었고, 꾸역꾸역 업데이트를 해오던 와중에 언제부턴가 온라인 상에 마구마구 끄적였던 글을 접한 사람들이 나의 현실 세계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내 삶의 날것 그대로를 끄적이던 기록에 각종 미사여구와 절제된 표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치 군대에서 훈련병 시절 나의 생각을 마구 적어 제끼던 훈련병 수첩을 소대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수시로 확인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처럼... 그리고 그 독자들(?)을 염두에 둔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 처럼 말이다.


그래서 블로그가 글쓰기의 상대적 사적 공간이었다면, 보다 공적인 공간처럼 느껴졌던 다음 계열의 브런치로 옮겨가 마구마구 치장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재미는 있었지만 나의 일상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쓰는 것은 언제나 처럼 쉽게 소스가 바닥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브런치의 글쓰기 플랫폼만은 그 어느 에디터보다 맘이 들었다. 그렇게 거기서 쓰다가 저장, 쓰다가 저장을 반복하면서 발행한 글 보다도 '작가의 서랍'에 저장된 미발행 글들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자주 들어와서 확인은 했지만 이 블로그에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글쓰기 에디터가 맘에 들지 않았고, (지금은 그나마 조금 개선되었다고 칭찬아닌 칭찬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 블로그는 20대 후반 부터의 내 삶의 모든 것을 알고있는 인공지능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 이외의 누군가가 나에 대해서 이렇게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여기에는 20~30대에 걸친 내 인생 주요 순간의 감정과 생각들이 남아 있다. 이처럼 소중한 나에 대한 빅데이터가 지금보다 더 클지 모를 그 미래의 가치를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2009년의 기록들은 2018년 지금의 내가 지나간 나의 삶을 반추할 수 있는 유일한 소스일 터인데, 2018년의 기록이 없다면 2027년의 나에게는 그러한 씹을거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2009년도에 시작했던 The Truman Show의 <Season 2>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예전에는 날것 그대로였다면, 이제는 나이가 더 든 만큼 연륜이 묻어나는 끄적임(?)이 되도록 노력하겠지만, 여전히 그 고유의 B급 감성과 블랙코미디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