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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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없삶 ep. 3 - [Day 1] 헤어질 결심
변화의 새벽은 그렇게 뜬금없이 찾아왔다. 그렇게 잠이 깬 새벽녘에 혼자서 술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는, 아무런 통보나 여지없이 일방적으로 술과의 이별을 결정했다. 매우 충동적이면서도 불가역적인 결정이었다. 술은 아직 이러한 나의 심경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주방 냉장고에서 나와의 저녁 만남을 위해 스스로를 차갑고 매력적인 온도로 유지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이러한 생각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 알람이 울리고, 나는 외근을 위해 황급히 집을 나섰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반가운 순댓국집에 들어가 내 인생 마지막 해장식을 성대하게 거행했다. 내 마음이 변한 건지 사장님이 변한 건지, 술의 단짝 친구인 순댓국도 맛이 예전 같지 않았다. 술과 헤어지면 순댓국과도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
2023.11.23 -
술없삶 ep. 2 - [Day 1] 그래도 우리, 정말 좋았잖아...
새벽 3시 즈음 스르르 눈이 떠졌다. 육체는 아직 술이 덜 깬 상태였으나, 나의 의식은 나름 또렷하게 깨어나는 것 같았다. 입은 여전히 텁텁하고 온몸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알코올의 몽롱함이 피부로 느껴지는 가운데, 지난 밤 아내와의 대화와 아이의 표정이 떠올랐다. 나는 지금 우리 가족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갑자기 술과 함께 울고 웃었던 지난 20 여 년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흡사,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이 증언하는 생과의 이별의 순간에 마주한다는 순간적 회상처럼 느껴졌다. 담배를 끊었던 2015년 11월 1일이 생각났다. 당시에는 존경하는 작가 Allen Carr의 Easy Way to Stop Smoking 이라는 책을 통해 금연에 대한 많은 준비와 훈련을 했던 상황이었기에, 헤어..
2023.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