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닭, 그리고 달

2010. 4. 28. 00:02인생 관찰 예능 | The Truman Show


 고향에 내려오고 나서 계속 잠자리가 불편했다. 자려고 누워도 쉽사리 잠이 들지 않고 오랜 시간을 뒤척여야만 했다. 모로 누워도 보고, 엎드려 보기도 하고, 배에 손을 얹고 정자세로도 누워 보지만, 결국은 닭 우는 소리를 듣고서야 잠에 들 곤했다. 우리집 닭은 3시가 되면 울기 시작한다. 한 번 울기 시작하면 30분 간격으로 울기 때문에 4번째 울음 소리를 들으면 어머니께서 새벽 기도를 가시기 위해 일어나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며칠 전에 수탉 한 마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요놈들의 울음 간격이 잘못 맞으면 15분 마다 한번씩 닭 울음소리를 들어야 한다. 간격이 잘 맞아서 한꺼번에 운다고 해도, 새벽에 닭 울음소리를 스테레오로 듣는 것이 그리 달콤한 것은 아니다. 

 마침내 어젯밤에 불면증의 원인을 찾았다. 침대. 고시원 생활 내내 침대에서 생활하긴 했지만, 워낙 폭이 좁고 쿠션이 약한 것이기에 그나마 허리에 맞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내 방의 그것은 달랐다. 이 녀석을 만난지도 어느덧 14년의 세월이 흘렀다. 돌아가신 작은아버지께서 형이 처음으로 방을 갖은 기념으로 사 주셨는데 이젠 스프링이 낡았나보다. 그래서 과감히 침대를 치웠다. 처음에는 방 바닥에 노트북만 하나 덩그라니 남는것이 여간 어색한게 아니었는데, 이 모든 어색함은 편안한 잠자리로 모두 커버할 수 있었다. 정말 오랫만에 닭이 우는지도 모르고 신나게 잠을 잔 것 같다. 


오늘도 신나게 자려고 방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웠는데, 이상하게도 방 안이 너무 밝았다. 문득 창 밖을 바라보니 둥근 보름달이 떠 있었다. 30년을 달과 함께 살았지만 언제봐도 신기하다. 저토록 커다란 물체가 우주 공간에 떠 있는것이 신기하고, 가로등처럼 밝은 빛을 비추는것도 신기하다. 게다가 주변에 있는 수많은 별들을 보면 그 크기를 상상할 수 없는 우주에 대한 신비로움에 잠시 넋을 놓게된다. 그러면서 내가 처한 상황과 어려움이 우주에서 일어나는 수 많은 일 중에서도 정말 작고 작은 일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즘은 나만 어려운게 아니고 온 나라가 시끄럽고 복잡하다. 우주에 있는 수 많은 은혜계 속에서, 우리 은하의 한 갈래에 있는 태양계, 그리고 그 속에 작은 별 지구, 그리고 그 속에서도 작은 나라 대한민국에서만도 이토록 골치아프고 복잡한 일 들이 많은데, 우주 전체를 놓고 보면 하루, 아니 1분 동안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에는 질서가 있다. 물론 행성이 충돌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것은 질서 속의 혼돈이라고나 할까? 아니, 어쩌면 그러한 충돌도 우주의 질서의 한 부분일 수도 있다. 암튼 우주는 상상하기도 힘들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자려다가 말고 너무 많은 글을 적고있다. 이런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적다가는 또 닭 울음소리를 들어야 할 지도 모른다.

 40년 만의 봄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밤에 달 빛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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