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생활백서

2010. 4. 14. 20:25지속 가능한 발전 | Sustainable Development/주거 (Housing)


고시원에서 생활을 시작하셨거나 곧 시작하실 분들을 위해 본인의 4년 반 가량의 고시원 생활을 바탕으로 몇 자 적고자 합니다. 한 달 정도 잠시 생활하시는 분이라면 모르지만 학업이나 직장 생활을 위해서 6개월 이상 체류하셔야 하는 분들은 아래의 내용을 참고하시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글의 구성은 간단합니다. 고시원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물품들 5가지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해야하는 3가지 것들, 마지막으로 고시원에서 지양해야 할 행동 4가지를 적어봅니다.


필수 아이템


1. 가습기
고시원은 물먹는 하마가 아니라 물 뿜는 가습기가 필요합니다. 매일 밤 젖은 수건을 걸어놓는 수고를 감수하시겠다면 패쓰~!

2. 봉 / 세탁소 옷걸이
고시원은 공간활용이 생명입니다. 특별히 옷을 깔끔하게 보관하기 위해서는 공간을 차지하는 서랍장 보다는 뭐든지 걸어놓을 수 있는 봉을 설치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옷걸이에 걸어서 빨래도 말리고 다 마른 빨래는 사이드로 밀어서 바로 보관하는 방법도 좋겠죠?

3. 잎이 큰 식물
외로운 고시원에서 나 아닌 누군가가 함께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은 큰 위안이 됩니다. 게다가 내가 내뿜은 CO2를 마시고 신선한 O2를 뿜어내는 잎이 큰 관엽식물이라면 더욱 고맙겠죠.

4. 방향제 / 페*리즈
남자에게 홀아비 냄새는 최대의 적입니다. 고시원에 그분(?)이 자리잡기를 시작하시면 어디든 쫓아오기 시작합니다. 도서관, 강의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따라옵니다. 고시원에 사는 티 내지 맙시다.

5. 노트북
요즘은 대부분의 대학생들의 필수품이 되어버렸죠. 하지만 제가 대학생활 할 당시만 해도(적어도 본인에게는) 노트북은 로망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공간 활용에 있어서 데스크탑은 절대 비추입니다. 다만 겨울철 난방용으로는 효과가 있겠죠?




대조동 고시원 시절...



필수 행동수칙


1. 먼지 제거
고시원 내의 먼지는 악이요, 죄입니다. 한 번 들어온 먼지는 웬만해서는 스스로 방을 나가지 않습니다. 책상의 먼지는 수시로 제거하시고 이불은 맑디 맑은 주말에 털고 일광건조까지! (군대에서 많이 하셨죠?)

2. 옷 정리
한 번 숨어버린 옷은 고시원을 탈탈 털어야 찾을 수 있습니다. 계절에 맞고 자주 입는 옷은 위에서 설명한 봉에! 계절이 지났거나 자주 입지 않는 옷은 세탁소 비닐로 덮어서 가장 사이드에!

3. 책상 정리
고시원 책상을 과대평가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책상이 넓어도 다른 공간이 작기 때문에 발 없는 물건은 책상 위로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들을 활용한다.



피해야 할 것들

1. 음주
아무리 외롭고 힘드셔도 밖에서 친구들과 드시고, 고시원에서 혼자 소주님을 따지 마세요. 자칫하면 소주님이 당신을 삶을 따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2. 흡연
위에서 언급한 홀아비 냄새! 설마 하시겠지만 방에서 담배 피시는 분들 많이 봤습니다. 본인에게도 해롭지만 연기는 좁은 문틈과 환풍구를 타고 앞방, 뒷방, 옆방으로 떠돕니다. 담배 때문에 싸움 나는 경우 많이 봤습니다.

3. 중독성 게임
정 하고 싶으시면 PC방에 가세요. 안락한 의자에서 숙식까지 제공하며 24시간 게임을 돌릴 수 있는 고시원에서 게임을 시작하시면 수업도, 시험도, 졸업도, 심지어는 취업도 잊게 됩니다.

4. 물건 수집
'언젠가는 쓰겠지' 하고 무언가를 보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공간 활용 차원에서 깔끔하게 포장해서 침대나 책상 밑에 모아두시는 물건들은 고시원을 나가시는 날까지 그 자리에 있게되고 고시원 빼는 날 트럭을 불러야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트럭은 조금 과장이지만 승용차에 다 들어가지 않는 경우는 있었습니다. 안 입는 옷이나 소중하지만 당장은 사용하지 않는 물품들은 가끔 고향 가실때 갖고 가심이 좋을것 같네요.

짐은 쌓여만 가고...

1.5평 고시원 방에서 나온 이삿짐.


이상은 지극히 주관적인 글입니다. 물론, 위의 것들과 상관없이 생활하셔도 6개월, 혹은 1년 동안 충분히 생활하실 수 있습니다. 저의 당부는 생활 기간이 아닌 생활의 질을 위한 것이구요, 고시원 생활하면 몸 망가진다는 말 많이 들으셨을겁니다. 이러한 준비는 물론 당장의 고시원 생활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고시원을 나온 이후의 건강과 생활습관을 위함이 더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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