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고시원기

2010. 2. 15. 19:59지속 가능한 발전 | Sustainable Development/주거 (Housing)



1.5평 짜리 작은 고시원에서 나온 짐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양의 짐이 꾸려졌다.


<주거 정보 요약>

-주거 목적
대학교 학업 및 취업 준비

- 주거 공간
1.5평 - 기둥(약0.3평)

- 주거 기간
1차: 2004.12 ~ 2006.09 (22 개월)
2차: 2007.07 ~ 2010.02 (32 개월)
합: 54개월 (4년 6개월)


4년 6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기쁨과 슬픔을 토했던 바로 그 장소... 잊지 못할 것 같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여기에서 지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울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면서 고시원 생활에 대한 답답함을 느끼게 되어 결국 이 곳을 떠나게 되었다. 

좁은 공간을 잘 활용해야 했던 이유로 여러가지 잡다한 짐들이 구석구석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다. 짐을 꾸렸더니 어마어마한 양이 되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겠다던 나의 다짐과는 달리 자꾸만 뒤돌아 사진을 찍게 되는 이유는 아마도 많은 실패를 맛보았던 이 곳에서의 기억들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어마어마한 짐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오랜 시간을 혼자서 생활하다보니 '내 것'에 대한 지나친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사용하는 것은 모두 책상 위에 있는데 단지 내 것이라는 소유욕 때문에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거나 혹은 버리지 못했던 것들이 정말로 많았던 것 같다. 나의 상황이 어렵다는 생각에 항상 나에 대해서만 생각했지 이웃을 돌아보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인생이 강건하면 100년이다. 이미 30년을 살았고 앞으로 치열하게 30년만 더 살면 조용히 말년을 준비해야 한다. 고향에서 지내는 시간 동안 앞으로의 30년을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지를 준비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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