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

2010. 8. 24. 17:58인생 관찰 예능 | The Truman Show


스웨덴 웁살라에 도착한지 1주일 째를 맞고 있다. 9시가 넘어서야 조금씩 어둠이 찾아오는걸 보면 내가 분명 북쪽으로 멀리 오긴 왔는가 보다. 나의 작은 오두막 근처에는 온통 나무들 뿐이고 마치 소설 속 톰 소여가 된 기분으로 이곳에서의 생활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낯설고 모르는것 투성이다.
말로만 듣던 복지의 나라 그리고 노벨의 나라. 여러가지 긍정적인 수식어가 붙는 이 곳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 지나칠 정도로 평화로웠다. 시원스럽게 뚫린 도로에는 그 규모에 맞는 많은 차들을 볼 수가 없고 도시 곳곳에 위치한 넓은 녹지 공간에는 금방이라도 텔레토비가 뛰어 나올것 같은 푸른 언덕과 고요함이 있다. 자전거를 탄 노인들이 지나가는가 하면 주중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남자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한국에서는 결코 쉽사리 볼 수 없는 관경들임에 분명하다.

주인집 애완마 한 쌍


거대한 크기의 말들이 두 가닥의 얇은 울타리를 경계로 돌아다닌다. 뒷발에 차이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접근해 봤다. 이 곳은 자전거 도로가 너무나도 잘 되어있다. 한국에서 봤던 행정과 실적을 위한 자전거 도로가 아닌, 실제로 자전거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었고 자동차 도로와 완전하게 분리가 되지 않은 도심에서도 운전자들의 배려와 양보로 안전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이것은 단지 교통 시스템에 의한것 만은 아닌것 같다. 자전거에 대한 시민들의 기본적인 인식과 마음에서 우러나는 여유 때문이 아닐까.

결코 지나칠 수 없는 풍경... 매일 이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자전거는 집 주인의 배려로 무료로 사용을 하고 있다. 워낙에 큰 체형을 맞춰 제작된 자전거인지라 나의 체형에는 결코 맞지 않지만 이마저도 없었다면 발이 꽁꽁 묶일 뻔 했다. 하지만 왕복 16km에 이르는 거리를 매일 자전거로 이동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고, 편도 6천 원에 이르는 버스비를 감당하기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겨울에는 허리까지 쌓이는 눈을 헤치고 자전거를 탈 정도의 용기를 얻기란 쉽지 않다. 살짝 답이 안나오기는 하지만, 뭐 분명히 길은 있으리라 생각한다. 낯선 나라에서의 새로운 시작은 나를 힘들고 외로운 길로 인도하겠지만, 그만큼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다. 

자! 힘찬 함성과 함께 긴 여정을 시작해 보자! 흐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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