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한 바퀴

2010. 7. 8. 21:09인생 관찰 예능 | The Truman Show


자! 출발~ 아버지는 오른팔만 보인다.


아빠와 함께 자전거를 끌고 나섰다. 본래 계획은 자전거로 우리의 본적인 단양군 어상천면 대전리에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침부터 쏟아지는 폭우로 인하여 계획이 전격 수정되었다. 10시 즈음하여 비가 멎으면서 제천시를 크게 돌아오는 코스를 잡고 우리는 출발했다.

아빠는 올해 61세, 환갑이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산과 자전거를 좋아하셔서 지금도 왕성한 체력을 유지하신다. 오르막길에서건 내리막길에서건 자세와 스피드의 변화가 전혀 없으셨다. 'ㅣ' 자로 건너도 되는 길을 횡단보도를 찾아서 'ㄷ' 자로 길을 건너시는 아빠의 평소 모습과 왠지 묘하게 일치한다. 61세 아버지는 앞에서 성큼성큼 페달을 밟으시고 30살 젊은 아들이 뒤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쫓아가는 우리의 그림이 영 맘에 들지는 않았다. 제천이 정말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살던 '두구메 마을' 앞에는 전에 없던 신작로가 깔려 있었고 마을 풍경도 17년 전의 그것과 사뭇 다르게 변해 있었다. 여름이면 뛰어들던 개울에는 물이 발목까지도 오지 않는듯 했다. 내가 자라서인지 물이 줄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은 집들과 언덕이 있었던 철도 건너에는 여러 브랜드의 아파트들로 가득 메워져 있고 새로운 길이 언덕을 종단하는 모습이 매우 낯설기만 하다. 

그렇게 페달을 밟다보니 어느덧 제천의 반을 돌았고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비를 맞으며 집으로 오는 길에도 아버지는 제천시에서 행해지고 있는 잘못된 사업들을 꼬집으셨다. 울창한 산 옆에 10미터 짜리 소나무를 심고 공원을 조정하는 사업이나 보도만도 못한 상태의 자전거 도로 등... 그리고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와 응원도 잊지 않으셨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또 다른 라이딩을 계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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