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없다가(23.11.13) 다시 있는 삶(24.02.24)

2023. 11. 18. 09:31인생 관찰 예능 | The Truman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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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블로그를 보니, 나의 삶을 잠시라도 돌아볼 여유 없이 뭐가 그리 바쁘게 살았느냐고 자문하게 된다. 핑계는 많다. 먹고 사느라 일하느라 바빴고, 가족을 챙기고 아이 보느라 바빴고, 음... 그리고 저녁에는 '술' 먹느라 바빴던가 보다.

 

술을 잘 마시는 주당도 아니고 시끌벅적한 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혈기 왕성했던 20대를 지나 혼자만의 삶을 즐기던 30대 기간에는 퇴근 후 맥주를 곁들인 영화 한 편이 나의 내향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던 유일한 취미였던 것 같다. 그렇게 소소하게 시작된 술과의 인연은 8년 전 '담배로부터의 독립'을 계기로 더욱 끈끈한 관계가 되었고, 이후 결혼, 그리고 아이를 양육하는 와중에도 간헐적 잡음은 있었으나 큰 무리 없이 관계를 이어 왔다. 

 

무언가 이상한 기후를 느낀건 아주 최근이었다. 마냥 즐거웠던 나 자신과의 술자리가 예전처럼 즐겁지가 않았다. 살짝 무뎌지는 감각과 함께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이완되었던 지난날과 달리, 사소하고 작은 외부의 자극이 이상하리만큼 커다란 감정의 변화로 이어졌다. 즐겁지 않으면 먹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때 번뜩 느꼈다. 술을 마시는 행위의 주도권이 더이상 나에게 있지 않다는 사실을...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증폭되는 여러 감정들이 나와 나의 가정의 소소하고 행복한 저녁 시간을 조금씩 앗아가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말이다.

 

그날도 출장 이후 1주일 만에 마주한 아내와 아기와 함께 외식을 했다. 물론 이미 저녁 자리의 주인공 자리를 꿰찬 술도 함께 했다. 그렇게 주도권을 잃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운전대를 아내에게 맡기고 집으로 돌아왔고, 피곤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

 

술없삶 ep. 1 - [Day 0] 주도권을 잃은 저녁 식사

술을 잘 마시는 주당도 아니고 시끌벅적한 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혈기 왕성했던 20대를 지나 혼자만의 삶을 즐기던 30대 기간에는 퇴근 후 맥주를 곁들인 영화 한 편이 나의 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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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3 - Day 1. - 변화의 새벽 / Dawn of Change

- 새벽 3시 즈음, 육체는 아직 술이 덜 깼으나 의식은 잠에서 또렷하게 깨어났다. 

- 입은 텁텁했고, 나의 뇌를 비롯한 온몸 구석구석에 여전히 알코올이 남아있는 것이 느껴졌다. 

- 지난 밤의 일을 곱씹으며, 내가 지금 뭐 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한다. 

- 술과 함께 웃고 울었던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이런 건 임사체험에나 나오는 거 아닌가?

- 담배를 끊었던 2015년 11월 1일이 생각났다. 마지막까지 피하고 싶었던 술과의 이별이 바로 오늘인가?

- 술과 잠이 덜 깬 상태로, 그렇게 나는 술과의 이별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는 다시 잠이 들었다.

- 알람이 울리고, 오늘 있는 외근 준비를 하여 황급히 집을 나왔다.

- 버스 정거장 근처 순대국집에서 내 생에 마지막 해장을 했다. 순대국 변한건지 내가 변한건지 맛이 없다.  

- 서울로 가는 버스 안에서, 아직은 술과의 이별이 실감이 나질 않는지 자꾸 먼 하늘만 바라본다.

- 집에 돌아가면 여느 때와 같이 다시 술과 화해하고 상석을 그에게 내줄 것만 같았다.

- 그렇게 술과의 어색한 외면이 시작되었고, 이상하게도 잠은 평소와 같이 초저녁부터 왔다.

 

술없삶 ep. 2 - [Day 1] 그래도 우리, 정말 좋았잖아...

새벽 3시 즈음 스르르 눈이 떠졌다. 육체는 아직 술이 덜 깬 상태였으나, 나의 의식은 나름 또렷하게 깨어나는 것 같았다. 입은 여전히 텁텁하고 온몸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알코올의 몽롱함이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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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없삶 ep. 3 - [Day 1] 헤어질 결심

변화의 새벽은 그렇게 뜬금없이 찾아왔다. 그렇게 잠이 깬 새벽녘에 혼자서 술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는, 아무런 통보나 여지없이 일방적으로 술과의 이별을 결정했다. 매우 충동적이면서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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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4 - Day 2. 

- 오랜만에 전날에 술을 먹지 않은 아침을 맞이했다. 

- 이참에 커피도 끊을까?라는 생각에 카페에서 차를 마셨더니 텐션이 너무 떨어진다.

- 그리곤 그저 바쁜 하루였다. 

 

술없삶 ep. 4 - [Day 2] 어색한 동거 - P.S I miss you

술과의 어색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후변화 대응을 업으로 살아가는 나는 지구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자연 간섭의 최소화를 추구한다. 모든 사람과 동물, 곤충,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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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5 - Day 3. 

- 또 새벽에 잠이 깼다. 1시간 정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 입맛이 돌아서 밥을 1.5 그릇을 먹었다. 평소에는 0.5~1 그릇을 먹는다.

- 지난 13년 동안 혹사 당한 간을 위해 밀크씨슬은 한동안 계속 먹어주고 있다. 

- 쾌변이었다. 일상이었던 복통을 동반한 묽은 녀석이 아닌, 말랑말랑하고 튼실한 녀석이었다.  

- 시간과 마음에 여유가 생겨 글을 쓰기 시작했다.

- 하루가 이렇게 길었단 말인가...

 

2023.11.16 - Day 4. - 11월 / November

- 11월은 나에게 특별하다.

- 우리 부모님이 11월에 결혼을 하셨고,

- 내가 11월에 태어났고,

- 8년 전 11월에 담배를 끊었고,

- 5년 전 11월에 지금의 아내를 소개팅에서 만났고,

- 3년 전 11월에 우리 딸이 태어났다.

- 그리고 2023년 11월, 나는 술과의 이별을 결정했다.

 

술없삶 ep. 5 - [Day 4] November

11월은 유독 나에게 특별하다. 1977년 11월에 우리 부모님이 결혼을 하셨다. 1981년 11월에 내가 세상에 태어났다. 2015년 11월에 나는 담배를 끊었다. 2018년 11월에 지금의 아내를 처음으로 만났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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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7 - Day 5. 

- 저녁 즈음 허기를 느끼면 술 생각이 난다. 오랜 습관 때문인가보다.

- 보리밥 뷔페에서 술의 몽롱한 포만감이 아닌 보리밥과 채소의 건강한 포만감을 느껴본다

- 일정한 알코올 농도에 적응해 온 세포들이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듯 하다.

- 특히, 장내 세포의 변화(정상화)가 급격히 진행되는지 Gas가 많이 생성된다.  

- 또 저녁 9시 즈음에 잠이 들었다. 졸린건 술 때문이 아니었나보다.

 

2023.11.18 - Day 6. 

- 6일차 아침. 1일차 만큼의 상쾌함은 못 느꼈다. 

- 잠이 너무 잘 온다. 자다가 깨도 그저 다시 잠이 든다.

-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맑은 정신으로 대화를 할 수 있다. 

- 내가 술을 끊으면 온 세상이 놀라고 당황하고 어색해 할 줄 알았다.

- 하지만 세상은 내가 술을 먹고 안 먹고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들이 술을 먹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 갑작스런 변화에 가장 놀라는 사람이 나와 가족이고, 가장 큰 수혜자도 나와 우리 가족이다. 

 

2023.11.19 - Day 7. <금주 1주>

- 일요일 아침인데 7시 반에 눈이 떠진다. 

- 약간 쌀쌀한 기운에 코가 조금 칼칼하였으나 육체 전반이 무척이나 상쾌하다.  

- 문제는 밤마다 입이 심심하다. 금단 증상이다.

- 술이 없는 일주일을 정리하며 아내와 많은 대화를 했다. 그녀가 행복하단다.

- 모든 피로, 짜증, 날선 표정과 말투의 상당수의 원인이 술이었다는 사실에 우리 모두가 놀랐다. 

- 새벽 1시 즈음, 스르륵 잠이 들었다.

 

2023.11.20 - Day 8.

- 7시에 눈을 떴다. 나의 상태를 글로 남기고 싶어서 일어났다. 

- 간 회복을 위한 밀크씨슬과 비타민 섭취 

- 1주일이 지나니 이른 저녁부터 허기가 느껴지는 현상이 완화되었다.

- 처음으로 치킨을 맥주 없이 먹었다. 탄산수의 도움이 컸다. 

- 장 활동의 정상화가 진행되는 듯 하다.

 

2023.11.21 - Day 9.

- 6시 30분에 일어나 오전 회의를 준비했다.

- 아내의 말로는 얼굴에 누런 기운이 사라지고 혈색이 좋아졌다고 한다.

- 금주로 두피 열을 내려서 탈모가 완화된다면 기대치 못했던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 저녁에 동네 산책을 하고는 10시 30분 즈음 잠이 들었다.

 

2023.11.22 - Day 10.

- 6시 30분에 눈을 떴다. 이상하게도 잠이 계속 왔다. 하지만 꿀잠이었다. 

- 오전에 집에서 일을 좀 하고 오후에 있을 외근을 위해 9시 30분 즈음 아침을 먹었다.

- 요즘 식욕이 돋고 단것들이 당겨서 결국 식후 체중 73을 다시 찍었다. 

- 금주 10일 째 되는 날이다. 짧은 기간 동안 내 삶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2023.11.23 - Day 11.

- 술을 안먹으니 아침에 머리가 더 맑고,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 저녁 이후에도 마음만 먹으면 방으로 들어와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니다. 

 

2023.11.24 - Day 12.

- 요즘 유튭 알고리즘에 술 끊은 사람들의 영상이 많이 뜬다. 도움이 많이 된다. 

- 내일은 술 끊고 처음 있는 친구들과의 술자리다. 어떤 느낌일까...

- 술이 아니어도 부부 간에 싸울 일은 많다. 싸우려다 아이에게 혼남.

- 술 끊고 처음으로 마라탕을 먹었는데 의외로 마라탕을 안주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음에 놀람.

 

2023.11.25 - Day 13.

- 목이 좀 칼칼한니 감기가 오려나... 아니 이미 왔다.

- 오늘 친구들이 집에 오는 날이라 그동안 냉장고에 고이 모셔두던 녀석들을 방출 할 절호의 찬스다.

- 모든 술쟁이들이 그렇듯, 먹다가 술이 부족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마트에서 몇 놈을 더 들였다.

- 친구들을 집에까지 초청한 마당에 차마 술을 끊었으니 너네만 먹어라고 할 수 없었다.

- 마침 몸살 감기가 왔기에 술자리를 시작하기 전에 보란듯이 감기약을 목에 털어 넣었다.

- 그렇게 기독교 동아리 활동을 하던 대학생 이후 처음으로 술자리에서 술을 안먹었다.

- 나쁘지 않았다.

- 술을 먹지 못하는 내 상황에 친구들은 쌍욕을 하며 한번 버럭 하고는,

- 이네 그네들의 알딸딸함에 취해 내가 술을 먹는지 안먹는지조차 잊은 듯 했다.

- 신기하게도 술을 먹지 않아도 약간 얼굴이 달아오르는것이 같이 취하는 느낌이었다.

- 감기와 약기운 때문인가보다.

- 그렇게 꽐라 두 명을 거실에 눕히고는 나도 피곤한 방에서 곤히 잠이 들었다.

 

2023.11.26 - Day 14. <금주 2주>

- 누군가의 금주 유튜브에서도 본 것 처럼, 술을 끊는다고 해서 피로가 사라지고 활력이 넘치는건 아닌듯 하다.

- 오히려 지난 십수년간 일정 농도의 알코올에 적응한 내 몸의 모든 세포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분주해 보인다.

- 변화의 과정에는 항상 취약한 구간이 있고, 그 기간을 이겨내야 비로소 새로운 내가 되는가보다.

- 갑각류가 단단한 허물을 벗듯,

- 독수리가 자신의 부리를 부숴 새로운 단단한 부리를 돋게 하듯,

- 애벌레가 번대기라는 취약하고 불완전한 상태를 이겨내고 나비가 되듯이 말이다.

 

2023.11.27 - Day 15. <독감>

- 금주와 함께 내 몸 속 세포가 Non-alchhole 환경에 적응하는 취약성 구간에 접어들었다. 

- 그 틈을 타 독감 바이러스에 나에게 침투했나보다.

- 며칠 전부터 열이 살짝 오르면서 으슬으슬 춥던 것이 오늘 아침부터 심한 기침으로 이어졌다.

- 병원에서 검사 결과 A형 독감이었다.

- 회사에는 병가를 쓰고 서둘러 처방받은 타미플루와 여러 약을 먹었다.

- 술을 먹지 않았는데도 머리가 띵하고 몽롱한 하루가 지나간다. 

 

2023.11.28 - Day 16. 

- 오늘은 독감 상태가 좀 호전되었다.

- 여전히 기침은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내일 미팅이 살짝 염려가 된다. 

 

2023.11.29 - Day 17. 

- 잠을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목 상태가 괜찮았다.

- 약을 패스하고는 하루 종일 일정을 위해 채비를 하고 나섰다.

- 미팅 중간에 살짝 어지러움이 있었다.

- 늦은 오후가 되니 체력이 떨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녹초가 되었다.

- 딸 아이의 생일을 간신히 축하하고 타미플루와 기타 약을 먹고 다시 잠이 들었다.

 

2023.11.30 - Day 18. 

- 거의 혼수상태로 아침까지 잠을 잤다. 아이는 새벽에 깨면 무조건 안방으로 오고 나는 아이방으로 간다.

- 감기약 때문에 그렇다고는 하지만 유독 팔 다리에 힘이 없고 온 몸에 무력감이 심하다.

- 술을 끊고 갑자기 찾아온 독감에 몸이 살짝 망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2023.12.01 - Day 19. 

- 어느덧 2023년의 마지막 달이다.

- 몸이 조금 회복이 되는 듯 하다. 

- 이쯤 되니 술을 먹지 않는 저녁 식사가 조금은 습관이 되어간다.

- 역시 3주의 기적인가?

 

2023.12.03 - Day 21. <금주 3주>

- 잘 잤다.

- 아직은 목에 가래가 있고 약간의 가슴 통증이 있구나.

- 이번 독감 장난 아니다. 

 

2023.12.07 - Day 25. 

- 이제는 금주의 하루하루를 따지는 것이 별다른 의미가 없어졌다.

- 술 없이 고기를 먹고, 술 없이 치킨을 먹고, 술 없이 친구를 만났다.

- 또 어떤 미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 잠은 여전히 많다. 어제는 8시에 잠이 들었다가 중간에 잠시 깨고 7시에 일어났다. 

 

2023.12.08 - Day 26. 

- 입맛이 변했다. 항상 감탄사를 연발하며 먹던 마라탕이 맛이 없다.

- 심지어 순댓국은 생각을 해본지 오래다.

- 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와플과 달달한 디저트가 땡긴다.

- 무척 당황스럽다.

 

술없삶 ep. 6 - [Day 26] 완전변태(Complete Metamorphosis)

곤충들은 대부분 성장 과정에서 한번 혹은 여러 번의 변태(Metamorphosis)의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곤충의 변태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아래 그림 참조), 유충이 번데기 과정을 통해 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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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0 - Day 28. 

- 누군가에게 술을 끊었다고 했더니 나온 반응이, "개가 똥을 끊지". 였다.

- 똥을 끊는 개의 모습을 관찰하는건 흥미로운 일이다.  

 

2023.12.13 - Day 31. <금주 1개월>

- 1개월이 지났다.

- 얼른 병원에 가서 감마GTP를 측정해 보고 싶다. 

 

2023.12.15 - Day 33.

- 이제 슬슬 술을 먹던 저녁 시간이 가물가물해진다. 

- 기분 탓일지 모르겠지만, 술을 끊고나서 모든 일들이 술술 풀린다.

- 심지어 오늘 새로운 미용실에서 깎은 머리는 내 인생 최고로 맘에 든다.

 

2023.12.20 - Day 38.

- 술이 없는 가족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 여행을 출발하는 날 새벽, 폭설. 설국여행이다. 

 

2023.12.25 - Day 43.

- 술이 없는 크리스마스는 어떨까?

- 시간은 더 길고, 더 재미있고, 상쾌하다. 

 

2024.01.13 - Day 62. <금주 2개월>

- 술이 없는 삶을 2개월 동안 살았다.

- 전반적인 삶의 질이 올라갔다. 정신이 맑고 몸은 가볍다. 

 

2024.01.19 - Day 68. 

- 이제야 비로소... 술 없이 캠핑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 술이 없는 나의 나머지 인생이 기대된다. 

 

2024.01.21 - Day 70.

- 감기에 걸렸다. 술을 끊기 전보다 감기에 자주 걸리는것 같다.

- 아니면, 술 기운과 숙취가 감기 기운을 덮어 왔을 수도...

 

2024.01.25 - Day 74.

- 술 없는 삶에 위기가 왔다. 재미가 없는 삶이 되어가려한다.

- 술 없음이 재미 없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술을 대체할 다른 '재미'가 부재한 것도 사실이다.

- 절주 초기에는 술과 이별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동기이자 재미였는데,

- 술 없는 삶에 몸이 적응할 때 즈음되니, "자, 그럼 이제 다음 재미는?"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2024.01.27 - Day 76.

- 그 대답은... 여전히 찾아가고 있다.

 

2024.02.07 - Day 87.

- 스트레스와 화는 다시금 술을 부른다.

- 술은 문제와 감정으로 부터 잠시 벗어나게 해준다.

- 술이 깨는 과정에서는 실제 문제보다 더 큰 불안과 염려를 몰고온다.

- 어찌되었든 나는 그 문제를 온전히 마주해야만 한다.

- 시작(문제)과 끝(문제를 마주함)에는 변화가 없으나, 그 과정에서 술에 의한 착각들만 있을 뿐 

- 그렇게 술 없는 하루를 더 살아간다.  

 

2024.02.12 - Day 92.

- 술 없는 명절의 마지막 휴일

- 두통 없는 깨끗한 정신으로 휴일의 마지막날을 맞이하는 기분이란

 

2024.02.20 - Day 100.

- 술 없는 삶 100일째

 

2024.02.24 - Day 104.

- 100일의 기적인가 저주인가

- 104일 만에 술을 마셨다. 

-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술 없이 지낸 100일 만에 몸에 술을 넣으면 내 몸과 정신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궁금했다.

- 이건 마치 나 자신에게 진행하는 인간 마루타와 같다.

- 술을 마신 이후로 입이 계속 마르고 두통이 지속되고 있다.

- 확실히 몸은 이미 술 없는 생활에 적응을 한 듯 하다.

- 그렇다면 밤만 되면 솔솔 술 생각이 나던 나의 뇌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걸까?

 

2024.03.19 - 104일 절주 후 다시 음주 24일째

- 허무하게도 104일 간의 술 없는 삶을 마무리했다. 

- 예전 만큼은 아니지만 다시금 술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 몸에 큰 무리는 없기에 한동안은 다시 술을 마시지 않을까 싶다.

-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 보자면,

일단, 금주에 따른 보상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대책이 부족했다. 처음 큰 마음을 먹고 술을 끊었을 당시에는 몸도 가볍고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3개월 정도 지나면서 금주가 주는 초기의 유익함 보다도 채워지지 않는 그 빈자리로 인해 만족감이 반감되었고, 나중에는 이 상태가 좋은건지 나쁜건지 알수가 없었다. 담배를 끊을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담배의 경우 금연을 하면서 몸의 컨디션이 훨씬 좋아졌고, 담배를 피우면서 느꼈던 냄새 문제와 흡연을 위한  공간적, 시간적 제약으로부터 벗어남에 만족감은 더욱 커져갔다. 하지만 술은... 아직 더 먹고 싶다! I'm sill hungry!

 

2024.04.03 - 104일 절주 후 다시 음주 40일째

- 언제 즈음 다시 술과의 이별을 준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