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없삶 ep. 3 - [Day 1] 헤어질 결심

2023. 11. 23. 14:48시리즈물/술이 없는 삶 | Alcoholless Life

https://gongu.copyright.or.kr/gongu/wrt/wrt/view.do?wrtSn=13280346&menuNo=200026

 

변화의 새벽은 그렇게 뜬금없이 찾아왔다. 

 

그렇게 잠이 깬 새벽녘에 혼자서 술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는, 아무런 통보나 여지없이 일방적으로 술과의 이별을 결정했다. 매우 충동적이면서도 불가역적인 결정이었다. 술은 아직 이러한 나의 심경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주방 냉장고에서 나와의 저녁 만남을 위해 스스로를 차갑고 매력적인 온도로 유지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이러한 생각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 알람이 울리고, 나는 외근을 위해 황급히 집을 나섰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반가운 순댓국집에 들어가 내 인생 마지막 해장식을 성대하게 거행했다. 내 마음이 변한 건지 사장님이 변한 건지, 술의 단짝 친구인 순댓국도 맛이 예전 같지 않았다.

 

술과 헤어지면 순댓국과도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겠지. 

 

 

다소 아쉬웠던 이번 생 마지막 해장을 마치고 강남행 버스에 올라탔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먼 하늘만 바라보고 눈의 초점은 자꾸만 흐려진다. 이제 정말 이별이구나... 오늘 저녁에 집에 돌아가면, 새벽의 헤어질 결심이 무색하게 다시금 차가운 잔 속에 담긴 술과 달콤한 입맞춤을 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서로를 의식한 체 술과의 어색한 외면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