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없삶 ep. 4 - [Day 2] 어색한 동거 - P.S I miss you

2023. 11. 24. 09:48시리즈물/술이 없는 삶 | Alcoholles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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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의 어색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후변화 대응을 업으로 살아가는 나는 지구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자연 간섭의 최소화를 추구한다. 모든 사람과 동물, 곤충, 식물, 물건은 각자 본연의 재능과 기능, 그리고 존재의 이유가 있기에, 어느 하나 의미 없거나 쓸모없는 것이 없다. 당신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스마트폰도, 그리고 이 한 캔의 맥주도 그렇다.

 

평소처럼 쟁여 두었던 맥주 8캔 짜리 번들 중 6캔과 소주 한 병이 냉장실에 남아 있었다. 게다가 정말 맛있는 온도로 맞춰서 먹으라고 아내의 친구가 준 아사히 슈퍼 드라이 생맥주도 3캔이나 냉동실에 남아 있었다. 심지어 지인 회사의 짧은 ESG 컨설팅을 대가로 받은 좋은 와인까지... 아무리 술과 인연을 끊었다고 해도 20년 지기 연인 같은 친구를 내 목구멍이 아닌 하수구로 흘려보낼 수 있을 만큼 공감 능력이 (아내는 평소 내의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 결여되지는 않다. 

차라리 그들이 탄생한 목적을 이루고 누군가의 간과 내장 활동을 통해
다시금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시금 만날 때는 술이 아닌 깨끗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생수로 만나자 얘들아. 그렇게 그들을 분해하여 자연으로 보내줄 누군가를 기다리며, 남은 술들과의 어색한 동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