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길

2010. 5. 27. 23:12인생 관찰 예능 | The Truman Show


이번 주 부터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공장 일은 2000년 여름, 용인에서의 기억이 마지막이다. 그러고보니 정말 많은 일을 했다. 꼭 한 번 정리해 보고 싶었는데 이 기회에 지난 10년을 한 번 돌이켜 보자.

2000 - [대학교 입학] 노가다, 이삿짐 알바
2001 - [휴학 및 군 입대] 피자 배달(도미노 피자), PC방 야간 알바
2002 - [군 복무]
2003 - [군 전역] 식당 알바(금강산 온정각), 사무보조(아진교역)
2004 - [1학기 마치고 휴학] 사무보조(아진교역), 식사 배달(용산 전자상가)
2005 - [무역학과 전과] 사무보조(아진교역)
2006 - [터키 교환학생 출발] 사무보조(남북회담사무국)
2007 - [귀국 및 졸업준비] 영어 과외
2008 - [대학교 졸업 후 백수] 영어 과외, 인턴(금융감독원)
2009 - [인턴 수료 후 다시 백수] 인턴(금융감독원)
2010 - [대학원 진학] 교육 진행 알바(엑스퍼트 컨설팅), 공장(일진 글로벌)

누구나 그렇지만 나의 20대도 정말 다사다난했던 10년이었다. 앞으로의 10년은 또 어떠한 이벤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2020년에도 꼭 이러한 기록을 남기고 싶다.
 
그렇군... 오늘 일기의 제목은 귀가길이다. 오후 8시에 공장 일을 마치고 회사 버스에서 내려 부랴부랴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한 시간에 한 번 꼴로 오는 집에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이다. 10분을 기다렸더니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는 청풍으로 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리고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시골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10분 후, 버스에서 내려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동쪽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오르고 서쪽하늘에는 샛별(동 트기 직전과 일몰 직후에만 볼 수 있는 매우 밝은 별, 금성)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개구리들이 시끄럽게 울어대는 통에 내 발자국 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한 걸음씩 걸을때 마다 홍해가 갈라지듯, 나의 주변은 조용해 졌다. 12 시간을 서서 일을 한 터라 몸은 피곤했지만 너무나도 평화로운 귀가길이라는 생각과 함께 서울에서의 그것과 대조하게 된다. 여의도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시절, 아침부터 지하철에서 전쟁을 치른다. 숨이 턱턱 막히는 만원 지하철을 타고 여의도에 도착하면 출구로 나가기 까지 여의도 교복인 검은 양복의 사람들과 함께 발을 맞춰서 계단을 오른다. 출구를 나와서도 걸음을 제촉하며 빌딩숲 사이, 그리고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 나가다 보면 이미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퇴근도 마찬가지다. 8시간을 앉아서 일하고 5시에 칼퇴근을 하지만 40분 가량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도착하면 1.5평의 고시원, 그리고 기둥이 나를 반긴다. 갑자기 피로가 몰려온다.
어찌보면 서울에서의 생활이 앞으로 나의 일상이 될 확률이 더 높기에 오늘의 생활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앞으로 두 달 동안은 이 소중한 귀가길을 마음껏 즐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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