웁살라 (Uppsala)

2010. 5. 12. 23:15인생 관찰 예능 | The Truman Show


드디어 스웨덴 대학원 결과가 발표 되었다. 오랜 기다림... 그리고 오랜 실패의 기간을 지나,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성취감이다. 이 결과가 향후 나의 미래와 경력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떨어질데로 떨어졌던 자신감과 자존감에 있어서는 조금의 회복을 얻은듯 하다.


2지망으로 지원했던 Uppsala 대학교의 합격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1,2 지망을 너무 상향 지원했기에 3지망 혹은 4지망 대학 정도를 조금이나마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기 한 달 전에 4지망 대학인 Umea 대학교로 부터 학부 전공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원이 취소되었다는 결과를 받고는 그마저의 기대도 하기가 힘들었다. 4개 대학 모두 환경, 지속가능한 개발 과정을 지원했기에 4지망 대학으로부터의 부적격 판정 통보는 나머지 대학교 모두로 부터 받은 통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는 한 달 가량을 취업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 발표 기간이 되자, 본능적으로 '희망'이라는 것을 갖게 되었다. 안되는 줄 아는 상황에서의 '희망'의 존재는 고문과도 같았다. 
결과를 받은 순간, 시간이 멈춘 듯 10초 가량의 정적이 흘렀다. 10초 동안에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예상 밖의 결과에 놀라면서 1초, 비자 걱정에 1초, 현지에서의 생활비 걱정에 1초, 나이 걱정에 1초, 돌아와서의 취업 걱정에 2초, 결혼 걱정에 2초, 부모님 걱정에 2초. 90%는 걱정이었다.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결과였기 때문이다. 정말 아예 똑! 떨어져 버렸으면 모든 마음을 정리하고 아무 기업에나 들어가서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도 부모님과 앞으로의 결혼을 위해서도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결과에 따른 파장이 일기 시작했다. 신기한 소식에 즐거워 하시는 부모님, 하지만 갑작스럽게 마련해야 하는 재정 보증 2,200만원 소식에 바쁘게 핸드폰 주소록을 뒤적이신다. 의외의 반응은 형이었다.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기분 좋게 집에 온 헝아(서른살 나이에 난 아직 '헝아'라로 부른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헝아'는 '나의 형'을 의미하고 '형'은 '동네 형'이기 때문에...)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대학 3, 4학년 동안 나의 생활비를 포함한 모든 경제 활동을 지원했던 헝아에게 이 결과가 또 다른 부담이 될까봐서였다. 헝아는 나를 부등켜 안고는 진한 축하의 마음을 전해주었다. 정말 좋았다.


Uppsala 대학으로 부터 welcome letter를 받고 나서야,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일단 준비는 해 보자. 일단 스웨덴에 도착하면 굶어 죽기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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