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방향 좌석의 미학

2009. 12. 31. 17:52인생 관찰 예능 | The Truman Show



최근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버스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선은 차량이 전체적으로 낮은 저상버스에 휠체어를 고정시킬 수 있는 장치들이 갖추어져 있다.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이다 보니 자연히 일반인들에게는 공간 활용과 좌석 배치에 있어서 약간의 불편이 따른다. 

오늘 저상 버스를 탔다. 이 버스의 가장 큰 특징은 기차처럼 역방향 좌석이 있다는 것이다. 민망함을 무릅쓰고 역방향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 보았다. 나는 버스를 타면 항상 창 밖의 경치를 본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늘은 목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왜 일까? 앞으로 가던 뒤로 가던 창밖을 내다보는것 마찬가진데 왜 유독 오늘 이렇게 목이 아플까?

이유는 간단했다.
보통 정방향 좌석에서는 창밖을 보면서 앞쪽을 본다. 즉, 진행 방향쪽을 주시하면서 버스가 전진하면서 초 간격으로 새롭게 펼쳐지는 건물과 사람들을 본다. 하지만 역방향 좌석에서는 새롭다기 보다는 이미 지나버린 듯한 모습을 오랫동안 봐야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앞쪽을 보려고 고개를 돌리다 보니 목이 아픈 것이다.

지나버린 것이 어쩌면 나에게 더 큰 의미와 교훈이 될 수 있는데 나는 항상 새롭게 펼쳐질 미래에 대해서만 조급하게 눈을 조아리고 있다. 2009년의 마지막날, 새로운 2010년을 기대하는 마음도 좋지만 오늘만큼은 인생의 역방향 좌석에 앉아서 목이 아프지 않게 지나처 버린 풍경을 감상해야겠다. 그래서 기록이 필요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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